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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20 – 5.31
윤상렬
현대미술 (단색화,전위예술) 을 심도 있게 전시하는 데이트갤러리는 선(線)형 회화를 시간의 순환으로 풀어내는 윤상렬 작가의 개인전 A little darker A little brighter [조금 어둡게 조금 밝게] 를 4월20일부터 5월31일까지 선보인다.
윤상렬 작가 [1970-] 는 경원대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19년에는 베트남 국립미술박물관의 한국 단색화 기획전에 김근태·김춘수·김택상·이진우 등과 함께 한국 대표 작가로 선발되어 큰 주목을 받으며 동남아시아 미술계에 한류(韓流)의 신호탄을 알렸으며 독일 미술관에서 초청받은 기대되는 작가이다. 데이트갤러리에서 3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과거 전시에서 선보인 침묵[Silence] 시리즈의 연작 작품으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 즉 깊이가 도드라지는 선형 회화가 주류를 이룬다.
작가의 작업은 종이에 다양한 굵기와 농담의 샤프심으로 종이 위에 자를 대고 0.3mm 안팎의 일정한 간격으로 수없이 선을 긋고 화면의 도랑사이에 잉크젯 안료를 안착시킨다. 이때 최소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개입된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순간 스치는 번뜩이는 섬광을 머금은 채 위에 투명 필름을 겹친다. 그려진 선과 선의 간격을 자로 측정해가며 동시에 우연히 생기는 빛, 그림자의 환영을 보면서 밀도 있는 선을 계획적으로 그은 뒤 몇 개의 레이어를 중첩하여 깊이의 환영을 극대화 시킨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과 이성의 차이를 두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행해지는 작업 방식은 미세한 차이의 굵기로 변주되는 선들이 종이 혹은 투명 아크릴 위에서 일순간 가늠할 수 없는 공간적 깊이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시킨다. 이러한 무의식적 연속적 행위는 비움의 태도에서 시작되며 그 비움은 역으로 무한한 정신적 힘을 발산하여 집요한 노동 집약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의 작업은 개인적인 극복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진실과 거짓의 근원적 탐구자세로부터 기억 속 시공간의 잔상에서 시작된 개인적인 극복프로젝트의 징표들이라 할 수 있다.’ – 작가노트
작가는 극복하고자 하는 두려움의 실체가 ‘ 진짜라고 믿었으나 거짓으로 판명된 것 혹은 거짓이라고 믿었으나 진실이라고 밝혀진 것 ‘ 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진실이라 말한 거짓, 거짓으로 숨겨진 진실들의 경계를 허물고 보이지 않는 선들 사이에서 불규칙한 감성을 써내려가며 변주한다. 좋은 회화가가 되기 위해서 드로잉을 쉬지 않아야 했던 작가에게 샤프심은 일차적인 단순한 도구이상의 가치를 초월하여 작가에게 있어 정신을 드러내주는 결정적 매체이기에 고도의 육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정교한 골과 마루를 이룬 선은 작가의 총체적 감수성이며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는 그윽한 저서와 내밀한 감정을 실어 종이와 필름에 직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경이적인 규칙을 이룬다. 시선의 순환성이라는 본질에 도전하며 정밀한 계산으로 선을 그려서 시간성의 의미를 추적하는 그것은 극도로 숙련된 정신성 없이는 불가하다.
문화적 명문가 태생의 윤상렬 작가는 본원을 떠나서 낯선 세계와 만나고 상처를 받고 더욱 강하게 여물면서 자기본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진실과 거짓의 근원적 탐구자세로부터, 기억 속 시공간의 잔상에서부터 시작된 작가의 개인적인 극복 프로젝트의 징표라 일컫는 그의 작업은 ‘나는 화살처럼 살고싶다’ 라는 작가의 세계를 정확히 드러내는 말이 화두처럼 마음속에 꽂혀버린다. 시간은 매 순간마다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서로 긴밀하게 착종되어 분리할 수 없음을 상기하고 그의 작품을 마주볼 때 진정으로 작가의 작업과 일상은 간단없는 수양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트갤러리의 A little darker a little brighter [조금 어둡게 조금 밝게] 전시는 보는 관람자로 하여금 극도의 입체감,음악성,깊이감,신비감과 회화역사의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정을 재인식시켜주면서 동시대 예술의 성과를 뜻 깊게 짚어준다.
데이트갤러리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8번길5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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